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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멸종에 보내는 애가(哀歌)
말파리과(Oestrid)는 파리류(Diptera)에 속하는 녀석들로 쥐부터 코끼리까지 다양한 포유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작고 단란한 가족이다. 말파리는 가축과 인간에서 구더기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파리들로, 애벌레 상태에서 포유동물에 기생하며 살을 파먹고 살아가다 성충이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인간에게 구더기증을 일으키는 human bot fly(Dermatobia hominis)가 있다. 몇몇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파리는 높은 종특이성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1) 이러한 특징은 말파리의 급속한 개체수 감소에 일조하게 되었는데, 이어지는 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말파리는 축산업의 주요 골치거리 중 하나였다. 가축의 말파리 감염은 가축이 제대로 성장하거나 번식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았다. 단순히 가축의 생존 문제 뿐만이 아니다. 구더기증은 가죽에도 상처를 입히기 때문에 가죽의 상품성을 낮추거나 못 쓰게 만들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가축화된 다양한 포유동물들은 적어도 한 종 이상의 말파리가 기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구더기증이 사람의 건강에 입히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경제적, 의학적인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말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종특이성이 높아 가축이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극히 일부의 말파리만이 분류되고 확인되었을 뿐, 다른 포유동물들에 기생하는 말파리들은 얼마나 많은지, 어떤 방식으로 기생하는지가 지금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가 말파리에 대한 무지를 뽐내고 있는 와중에, 말파리는 무관심 속에 점차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이버멕틴(ivermectin)처럼 동물에게 투여하여 장내 기생충과 구더기증, 체외 기생충증을 일격에 퇴치할 수 있는 좋은 약물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이버멕틴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가축에서 말파리에 의한 구더기증을 찾아보기는 점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가고 있는 것 또한 말파리의 개체수를 줄이는데 일조했다. 말파리는 애벌레 상태를 포유동물의 숙주에서 보내야하는 필수 기생충이므로, 기생할 숙주가 사라지면 말파리 역시 숙주와 같은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말파리는 종특이성이 높아 특정 숙주에만 기생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이다. 따라서 숙주의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다른 숙주로 갈아타기 쉽지 않은 말파리들의 개체수 역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로 코끼리와 코뿔소의 개체수가 급감하기 시작하면서, 이 동물들에 기생하는 말파리들 역시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이렇게 멸종 위기에 놓여있는 말파리의 생활, 혹은 현황에 대해 제대로 조사된 것은 극히 드물다.

(사진:을 넣고 싶었는데 딱히 쓸만한 사진도 없다는 것이 더욱 큰 슬픔)

인간과 가축에 기생하여 큰 피해를 입히는 말파리를 박멸에 가까운 상태로 몰고 간 것은 어떻게 보자면 과학기술의 눈부신 승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 만큼이나 아름답고 휘황찬란한 업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지금 말파리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이후로 거의 답보 상태라 얼마나 많은 말파리가 자신의 숙주와 함께 지난 수십년간 멸종해 갔는지, 얼마나 더 많은 말파리가 존재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때문에 말파리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말파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들과 면역회피 방식에 대한 궁금증은 제쳐놓더라도 기생충이 생태계의 순환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태계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과 함께 숙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생충은 숙주의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숙주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짖는 원숭이에서 발견되듯, 구더기증은 일부 포유동물들이 분쟁 과정에서 거친 육탄전을 벌이지 않게 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물리적 충돌에서 생기는 상처에 구더기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염된 구더기증은 높은 사망률을 보이므로, 짖는 원숭이들의 경우에는 물리적 충돌 보다는 소리를 통한 위협을 이용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만약 말파리에 의한 구더기증이 사라지게 된다면, 과연 원숭이들은 더 폭력적으로 변하게 될까?(3)

기생충을 박멸한다는 취지는 좋다. 수많은 사람들을 기생충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것은 건강과 안녕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뿐만 아니라, 이로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적 손실을 막아줌으로서 장기적으로 가난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의 영원한 퇴장이 항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위생가설로 대표되는 자가면역질환의 증가가 있고, 보다 최근에 알려진 사실로는 기생충이 생태계에서 가지는 중요성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기생충의 존재는 같은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밀집도, 행동, 번식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기생충이 사라진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기생충이 잠재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들을 그대로 묻어둔 다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기생충을 박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생충이라는 가능성을 보존하는 것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Reference:
1. Roncalli Amici, R. (2006)Historical perspectives on the importance and impact of oestrids. In The Oestrid Flies: Biology, Host–Parasite Relationships, Impact and Management (Colwell, D.D. et al. eds), pp. 8–19, CABI Publishing
2. Colwell, D.D. et al. (2006) A synopsis of the biology, hosts, distribution, disease significance and management of the genera. In The Oestrid Flies: Biology, Host–Parasite Relationships, Impact and Management (Colwell, D.D. et al. eds), pp. 220–305 CABI Publishing
3. Milton, K.M. (1996) Effects of bot fly (Alouattamyia baeri) parasitism on a free-ranging howler monkey (Alouatta palliata) population in Panama. J Zoology 239, 39–63
by byontae | 2009/11/09 01:31 | Parasite Rex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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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11/09 01:52
그저 세상에 쓸모 없이 만들어 진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ㅅ;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1/16 21:59
지구상 생물 중 40%는 기생충이라는 통계가 있던데 과연 기생충이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1/09 02:08
저도 세상에 쓸모없이 만들어진게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1/16 21:59
쓸모가 있다 없다는 것 자체도 인간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지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쓸모와 무쓸모로 구분하는건 사실 의미가 없죠.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11/09 11:46
그러고보니 요즘은 말파리 보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말파리가 멸종된다면 과연 자연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1/16 22:01
기생충 감염은 포식자와 함께 집단의 개체수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사실 대형 포식자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말파리가 사라지면 폭발적인 개체수 증가나 감소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11/09 12:21
현재의 생태계는 수 만년 이상을 거쳐서 Steady 하게 정착된 것일텐데;
급격한 변화를 주게되면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요 역시....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1/16 22:02
그렇기 때문에 생태계를 연구하거나 조절할때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가축에 기생하는 말파리를 없애는 것은 경제적 이유나 식량난 해소를 위해서나 필요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쪽에도 관심을 기울여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9/11/15 15:28
솔직히 기생충 씨를 말리는것도 인간이 자연에 행하는 몹쓸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생충도 엄연한 생명체인데 그걸 멸종시키는건 도대체;; 이런거 보면 역시 인간만큼 이기적인 생명체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P.S.:전 기생충 구제 및 박멸이 멸종미화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1/16 22:02
그렇다고 사람이 고통을 받게 놔둘수는 없으니 필수불가결한 일이었지만, '박멸'에만 맞춰져 있던 촛점을 조금은 바꿔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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