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만병통치약?:최근 동향 Parasite Rex

꽤 오래전 포스팅에 기생충을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로 사용하는 연구들을 잠시 언급한 바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편충이나 회충처럼 인간의 장내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생존하며 기생하는 장내 기생충들은 굉장히 잘 짜여진 면역조율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면역조절시스템은 인간의 시조의 시조의 시조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에 인간의 면역계의 진화와 그 궤를 같이 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면역계가 일정량의 장내 기생충이 있다는 것을 가정하고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근래 십수년만에 사라져버린 장내 기생충에 면역계가 적응하지 못하과 과부하를 일으켜 알레르기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이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라고 한다.

어쨋든 저 포스팅에서는 돼지편충(Trichuris suis, 전 포스팅에는 돼지촌충이라 되어 있는데 오류입니다;)을 이용한 크론병을 비롯한 염증성 장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를 소개했다. 돼지편충이 사용된 이유는, 돼지편충이 돼지에 특화되어 있는 기생충이라 인간의 장내에서는 자리잡지 못하고 다시 배출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안전성 때문에 돼지편충이 기생충 치료법에 자주 이용되었는데, 최근에는 돼지편충이 인간에 특화된 기생충이 아니라 면역조절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구충(Necator americanus)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1) 특히 영국 노팅엄 대학의 Dr. David Pritchard는 본인이 직접(!!) 구충에 감염되는 기염을 토하셨는데 본인이 앓고 계시던 계절성 알레르기와 천식이 크게 호전된 것을 경험하기도 하셨다고(....)


-"오늘은 돼지편충알 10개 처방 받은걸로 치료 시작하시구요, 상태가 지속되시면 다음달 부터는 구충 10마리로 용량을 조정해 보시죠." 하는 날이 올까?!

하지만 역시 기생충을 먹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그렇게 유쾌한 치료법도 아니고, 다양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돼지편충을 이용한 크론병 치료도 몇몇 우려를 낳고 있다. 본래 돼지촌충이 침습적인 기생충인지라 장내에만 머물지 않고 다른 장기로 파고 들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이루어진 생화학 및 구조적 특성에서는 돼지편충이 인간의 장벽을 뚫고 다른 장기로 이동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2) 게다가 돼지편충을 이용한 치료법을 주도하고 있는 연구자의 보고에 따르면 120명 이상의 환자들이 2000여회 이상의 돼지편충 투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자가면역질환자들인 이 환자들의 상당수가 면역억제제를 투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에 의한 부작용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또 다른 우려는 기생충에 의한 이차 박테리아 감염이다. 돼지에서의 돼지촌충 감염 모델에서 편충과 주요 식중독 균 중 하나인 Campylobacter jejuni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3) 즉 기생충 치료중 치료에 의한 기생충 감염만 있을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다른 병원체에 의한 감염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에는 충분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실 살아있는 생물을 이용해 병을 치료한다는 것이 많은 변수를 안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 기생충 치료법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은 바로 아테롬성 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과 관련된 것이다. 동맥경화증은 동맥의 일부에 지방세포나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혈액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일부 동맥경화증이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혈관내 염증과 감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 되면서,(4) 자가면역질환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효과를 보이는 기생충 치료법 역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만약 동맥경화와 자가면역부분이 깊은 연관을 맺고 있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특정 기생충 단백질이 분리된다면 동맥경화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물론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일 듯 싶지만) 이외에도 간과 관련된 자가면역질환이나 다발성 경화증 치료를 위한 기생충 치료법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법은 그 자체로도 많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치료법 자체가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일반화가 이루어질까에 대한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렇게 기생충과 면역조절기능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면역계와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우리가 면역계를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과 유전자를 알게 된다면 자가면역질환을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기생충 치료법 연구의 주요 과제라 하겠다. 그러니 어찌 기생충이 대단하지 않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Reference:
1. Reddy A, Fried B (2007) The use of Trichuris suis and other helminth therapies to treat Crohn’s disease. Parasitol Research 100:921–927
2. Elliott DE, Summers RW, Weinstock JV (2007) Helminths as governors of immune-mediated inflammation. Int J Parasitol
37:457–464
3. Mansfield LS, Gauthier DT, Abner SA, Jones KM, Wilder SR, Urban JF (2003) Enhancement of disease and pathology by synergy of Trichuris suis and Campylobacter jejuni in the colon of immunologically naïve swine. Am J Trop Med Hyg 68:70–80
4. Magen E, Borkow G, Bentwich Z, Mishal J, Scharf S (2005) Can worms defend our hearts? Chronic helminthic infections may
attenuate the development of cardiovascular diseases. Med Hypoth 64:904–909



덧글

  • 프렐 2009/09/16 03:04 # 답글

    아무래도 기생충으로 치료한다는게 적어도 무의식 중에 박힌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썩 유쾌하진않고(...
    확실히 기생충 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박테리아로 인한 문제 유발같은 것도 문제겠네요. '';;
  • byontae 2009/09/17 01:40 #

    거머리나 구더기를 이용한 치료법 처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워낙 부정적이라 널리 사용되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2009/09/16 07:2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yontae 2009/09/17 01:42 #

    확실히 흥미로운 방법이네요. 체내에 수년씩 잔류하면서 별 다른 추가 조치 없이 지속적인 투여가 가능하니까요. 논문 검색해 보니 딱히 걸리는건 없는데, 시도하고 있는 사람을 있을지도(....)
  • cataka 2009/09/16 07:43 # 삭제 답글

    예전 기생충학 수업들었을 때 잠시 언급하셨던 내용인데 인상적이여서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그 내용을 보니 반갑(?)네요 ㅎㅎ 촌충알 10알 처방이라..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
  • byontae 2009/09/17 01:43 #

    어찌보면 기생충학자들이 꿈꾸는 분야 중 하나죠 :D 어제의 적이 오늘은 동지라는 현실이 재미난 것 같습니다.
  • 회색사과 2009/09/16 09:38 # 답글

    기생충을 먹는 치료법이 보편화되면.....

    종종 뉴스에 이런 보도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감량을 목표로 여러 병원에서 기생충 처방을 요구한 xx씨(xx세)"

    다이어트한다고... 보건소가서 담배 끊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왕왕 있다더라구요.;
  • byontae 2009/09/17 01:44 #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기생충 오남용 실태 조사 같은 발간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D
  • 구들장군 2009/09/16 13:13 # 삭제 답글

    보통 기생충이란 말을 아주 안좋은 뜻으로 쓰는데, 어쩌면 달라질 수도 있겠군요. ^^
  • byontae 2009/09/17 01:44 #

    저는 왜 기생충이 욕인지 모르겠지 말입니다 :D
  • Allenait 2009/09/16 14:02 # 답글

    진짜 기생충이 이렇게 쓰일 날이 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 byontae 2009/09/17 01:44 #

    기생충도 이제는 좀 세상의 광명을 보나 하는 기대를 가져보고 있습니다.
  • 2009/09/16 14: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byontae 2009/09/17 01:51 #

    직접적으로 IgE나 호산구에 작용하는 것은 아닌데 Th2 response를 통해 IgE나 호산구 작용과 생산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IL-10 생산을 촉진시켜서 항염증반응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광범위한 자가면역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새벽안개 2009/09/17 19:05 #

    기생충이 호산구 억제효과가 있군요. 그렇다면 요즘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증가하는게 기생충이 박멸되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일수도 있겠네요.
  • byontae 2009/09/17 20:43 #

    그 내용이 바로 위생가설의 주요 논지입니다. '오랜 친구'가 없어지면서 이러한 질병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 neville 2009/09/16 14:36 # 삭제 답글

    TrisOva 이던가...

    나름 효과적이라고 하던데요;
    물론 UC는 잘라주는게 궁극적인 목표이긴 한데.. -_-
  • byontae 2009/09/17 01:47 #

    지금까지의 임상례에서는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료 후 장기적인 지속효과도 있는 걸로 나타나고 있구요.
  • neville 2009/09/16 14:36 # 삭제 답글

    아.. 최민호 교수님이
    예쁜꼬마선충으로 뭔가 하신다고 한 기억이...
  • byontae 2009/09/17 01:46 #

    그런가요? 꼬마선충은 주로 수명 관련 실험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밖에 모르겠네요;
  • 非인간 2009/09/19 13:42 # 답글

    조상님들은 거머리를 이용해서 죽은 피를 뽑아내는 치료방법도 즐겨 이용하셨죠.
  • regi 2009/12/24 18:23 # 삭제 답글

    촌충이 뇌로 올라가면 치료할 수 있나요??
  • ㅂㅇㅂㅇ 2015/03/16 08:04 # 삭제 답글

    원래부터 기생충과 우리몸속 항균체계가 군비경젱을 일으키면서 우리몸을 면역적으로 더 튼튼하게 하는거임 너무 깨끗한사람은 병에걸리기 쉬움 적당히 더럽고 적당히 기생충도 있는게 좋음
  • ㅂㅇㅂㅇ 2015/03/16 08:04 # 삭제 답글

    원래부터 기생충과 우리몸속 항균체계가 군비경젱을 일으키면서 우리몸을 면역적으로 더 튼튼하게 하는거임 너무 깨끗한사람은 병에걸리기 쉬움 적당히 더럽고 적당히 기생충도 있는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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