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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시리즈: 원생생물에 대한 오해


원생생물은 현재 분류학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분류법이다. 사실 원생생물이라는 것이 분자계통학이 등장하기 이전, 그 모습만으로는 정확히 분류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진핵생물종들을 그냥 구조가 단순한 것들이라는 이유로 느슨하게 모아놓은 분류이기 때문이다. 원생생물은 균류, 동물, 식물을 모두 포함하며 단세포부터 특화된 조직이 없는 다세포 생물까지 너무도 다양한 생물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에는 단순히 동물, 식물, 균계로 나뉘던 시스템도 많이 변화하여 다양한 분류법이 등장했기 때문에 원생생물들의 분류는 갈가리 찢겨져 더 이상 원생생물을 하나의 계로 두기 힘들어져 사라지게 되었다. 사실 분류학 자체는 변화가 빠른 편이기 때문에 최신 연구를 바로바로 싣는것은 힘들다고 치더라도, 90년대에 이미 파기되기 시작한 원생동물 시스템을 아직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좀 뜬금없어 보인다.
더불어 교과서에서는 동물이나 식물로 분류할 수 없는 것들은 원생생물로 분류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균류는?! 린네가 동식물만으로 모든 생물을 분류한 것이 무려 300여년 전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람들은, 심지어 교과서에서까지 모든 생물은 동식물로 분류하려는 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실망이다. 단순히 진핵생물을 동식물로 나누려는 분류법은 이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전체에 존재하는 생물종을 따져 보았을때 동식물은 그야말로 일부일 뿐이다.



흔히 사람들은 구조가 단순한 생물들이나 단세포 생물들은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자신 보다 작은 개미 따위를 눌러 죽일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착각이라고 생각되는데, 아키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세포 생물들은 인간이 보호장비를 갖추고도 들어가기 힘든 환경에서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뜨겁고, 높은 압력에, 짜고, 추운 환경 들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우리는 '극한환경'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자면 이렇게 '일반적인 환경'과 '극한 환경'을 나누는것 자체가 인간 본위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앞서 이미 아키아나 박테리아는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다양한 진핵생물 역시 이러한 환경들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키아나 박테리아 처럼 진핵생물 역시 고온, 저온, 고압, 강산, 강염기, 고염도 등의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환경에 살아가는 진핵생물들은 단세포 생물인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 다세포 생물도 존재한다. 고온에서 살아가는 진핵생물의 경우에는 약 60-70도 내외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가장 고온에서 생존 할 수 있는 아키아(Methanopyrus kandleri)의 경우 122도에서까지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아키아에 비하면 좀 낮은 편이지만,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진핵생물에 대한 연구가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될 확률은 충분히 존재한다. 강산이나 강염기에서 살아가는 진핵생물들은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몇몇 균류가 pH0의 강산성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추운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경우에는 흔히 '붉은 눈'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Chlamydomonas nivalis)가 좋은 예이다. 이 조류가 번성하게 되면 흡사 피가 흩뿌려진듯한 붉은 조류가 눈에 형성되는데 볼만한 광경이다.





유글레나는 광합성을 하면서도 동물처럼 다른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동식물의 중간에 있는 생물이라는 오해가 있었다. 분류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이런 오해는 생물학계 안에 뿌리깊게 자리 잡았고, 지금도 교과서에는 동식물의 중간 생물이라고 실리고 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이러한 오해는 지금은 사라진 원생생물이라는 분류법이 탄생하게 되는데 일조하게 되었다. 식충식물이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다고 동물과 식물의 중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유글레나가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는 있지만, 유글레나는 동식물의 중간에 존재하는 생물이 아니라 동식물과 전혀 다른 계(Excavata)에 속하는 생물이다. 또한 최근에는 광합성을 하지 않는 유글레나 종들도 유글레나에 편입되면서 유글레나가 꼭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생물이라는 분류법도 쓸모가 없어졌다. 현재 유글레나는 총 1400여 종이 보고되어 있고, 약 두배 이상이 아직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종을 가지고 있는 생물군이지만 각각의 종들이 일부는 포식형, 일부는 광합성, 일부는 두가지 모두를 수행하며 모습이나 특성, 진화적으로 대단히 다양한 근원을 가지고 있어 진핵생물의 진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해주고 있다.
by byontae | 2009/07/02 23:23 | The Archives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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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09/07/02 23:24
분류표는 잘 안바뀌더라고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1
대학 교과서에서도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02 23:33
그저 동물/식물 나눠놓고 복잡한 건 원생생물로 때우고 라는 간편한 방식이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1
원래는 그랬지요. 사실 겉 모습만 보아서는 어디로 넣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7/03 01:09
분류학은 솔직히 수능에서도 다루기 힘든 부분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잘 가르치기 힘든 부분이지요. 무엇보다 외우는 것이 너무 많다는데서 생기는 한계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2
그래도 기본적인건 좀 제대로 가르쳤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물론 실제 분류학 전공자도 한 줌이 안되는 마당에 너무 많은걸 바랄 수는 없지만요(..)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7/03 09:47
겉모습으로 강약을 판단하는 오류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3
대충보고는 모를 일입니다.
Commented by 유진 at 2009/07/03 23:33
실망이다ㅋㅋㅋ
Commented by 이런 at 2009/10/01 12:40
일반물리, 일반화학책은 오십 년 전 것도 통하거든요.
그러니 일반생물책도 통할 거란 생각을 쉽게 하게 되죠. 특히나 생물도감은 컬러도판덕분에 버리기가 아까운지라..ㅎㅎ

그나마 저 정도라도 제대로 기억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다행입니다.
대학 동식물 분류학시간에 그나마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강의듣는 동기들이 흔했습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10/01 22:10
또 분류학 같은 경우에는 최근 20년새 거의 판을 갈아 엎다시피 변화가 심해서(....) 아무래도 일반 생물학 분야 중에서도 이해도가 제일 안 좋은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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