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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시리즈: 박테리아와 아키아에 대한 오해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과 익숙한 포유동물들에게 관심이 제일 많고, 조류, 파충류, 곤충 등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무관심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무관심은 오해와 무지를 낳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일반 대중에서 뿐만 아니라 교과서에서도 아주 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문단은 박테리아와 아키아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

박테리아가 진핵생물들보다 작다는 것은 편견이다. 물론 박테리아가 전반적으로 진핵생물들보다 작기는 하지만 종에 따라 일부 박테리아는 진핵생물보다 훨씬 거대해지기도 한다. 사이오마가리타(Thiomargarita namibiensis)는 현재 알려진 박테리아 중 가장 큰 박테리아로 길이가 최대 0.75mm에 까지 이르러 현미경 없이도 볼 수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2005년 사이오마가리타가 발견되기 전까지만해도 1999년 발견된 에플로피시움(Epulopiscium fishelsoni)이 0.5mm로 제일 큰 박테리아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더 커다란 박테리아나 아키아가 발견될 확률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알려진 가장 작은 진핵생물은 오스트리오코커스(Ostreococcus tauri)로 길이가 약 0.8 µm, 즉 가장 큰 박테리아와 약 1000배 가까이 차이나는 크기이다. 이처럼 다양한 생물종을 단순히 크기로 일반화 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박테리아에게 세포내 기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핵생물에서 처럼 세포막으로 분리된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본래의 세포막을 이용한 기관이나 진핵생물과는 다른 구조를 사용하여 세포내 구조와 기관을 형성하는 것은 박테리아 안에서도 흔한 일이다. 그 좋은 예가 카복시솜(carboxysome)이다. 카복시솜은 세포막 대신 단백질로 이루어진 세포내 기관으로 박테리아 내 탄소 고정에 이용되는 다양한 효소들이 들어있다. 남조류(cyanobacteria)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내 기관인데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아래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원핵생물의 염색체가 특정한 구조를 이루는 핵상체나 당이나 황 등 양분이 되는 물질들을 과립(granule)에 저장해 두는 기관을 형성하기도 하는 등 원핵생물이 기관 하나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생명은 아니다.



다양한 박테리아들이 기생이나 공생생활을 하고 있지만, 더 많은 박테리아들은 토양, 민물, 바닷물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자유 생활(free living organism)을 하고 있다. 더불어 원핵생물에는 아키아도 포함되는데, 존재 가능성은 충분 하지만 현재까지 질병을 일으키거나 기생생활을 하는 아키아는 보고된 적이 없다. 이러한 오해는 아마도 박테리아로 인한 다양한 감염성 질환이 일어나는데서 오는 편견일 것이다. 하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다양한 박테리아들 중에서도 보통때는 자유생활을 하다 큰 상처를 통해 우연히 상처 안으로 유입되거나 하는 과정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박테리아들은 기생생활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체내로 유입될 경우에라도 별 어려움 없이 즐겁게 증식하여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것이다.
이런것을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이라 부르는데 최근 항생제 저항력 때문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에 의한 감염도 좋은 예이다. 포도상구균의 경우에는 보통 피부나 점막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유유자적 살아가지만, 면역력이 크게 저하되거나 깊은 외상을 입을 경우 피부나 체내 다양한 조직을 감염시켜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독성 쇼크 신드롬(Toxic shock syndrome) 같은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포도상구균의 항생제 저항은 병원처럼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특히 위험한데, 일부 포도상구균의 경우에는 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항생제에 저항성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것들도 있다.




이것 역시 진핵생물 위주의 사고, 교육 방식에서 나온 오류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염색체의 모양은 인간등 포유동물에서 쉽게 발견되는 X자 모양의 염색체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말하고 있는 거서 처럼 염색체에 끈이나 막대 모양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핵생물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원형의 염색체가 존재한다. 이외에도 라임병을 일으키는 보렐리아의 경우에는 선형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등 여러가지 변형이 존재한다. 여기서도 염색체의 모습에 대한 범위를 진핵생물로 한정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원핵생물의 염색체는 진핵생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원핵생물에 핵이 없다고 해서 염색체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것은 아니고, 핵상체(nucleoid)라는 구조에 뭉쳐있다. 아키아에서는 이 구조가 더 발달해 있어 거의 진핵생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뉴클리오솜(nucleosomes)에 가까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원핵 생물이라고 해서 단순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더불어 세포의 핵에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생명 활동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들은 핵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면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는 어떨까.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 안에는 개별적인 원형의 DNA가 존재하며, 이 DNA를 통해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루어지는 호흡 및 에너지 생성 과정이 조절된다. 물론 진핵생물에서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가 활동을 중지하면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핵 안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가 담겨있다 하기 힘들것이다. 사족이지만 정보를 물리적으로 저장하고 있는 장소라면 소프트웨어라기 보다는 하드디스크 처럼 하드웨어로 보는게 맞지 않을까? 오히려 직접 체내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단백질을 소프트웨어로 보는 것이 옳을것 같다.

플라스미드(plasmid) 역시 핵과 염색체 만으로 세포의 모든 기능과 생존을 담당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지만, 박테리아 이외에도 아키아나 진핵생물 모두에서 발견된다. 효모에서 발견되는 작은 플라스미드가 좋은 예다. 플라스미드는 보통 박테리아가 살아가는 환경에서는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거나 다른 종과의 경쟁, 감염성 박테리아에 있어서는 숙주의 면역계를 회피하고 병독성과 항생제 저항력을 획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당장 세포의 활동을 유지하는데는 필수적이지 않지만 장기적인 생존과 번식에 있어 적절한 플라스미드를 획득하는것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보통 장내에서 별 해를 입히지 않고 살아가는 대장균의 경우에도, 다른 병원성 박테리아로 부터 병독성을 높이는 플라스미드를 획득할 경우 심각한 장내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플라스미드는 생물 자신에게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도 중요한 도구가 되어준다. 세포생물학은 연구하는데 있어 플라스미드는 손쉽게 새로운 유전물질을 박테리아를 비롯한 여러 생물 안으로 집어 넣을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고, 인간의 인슐린이나 인터페론 유전자를 담은 플라스미드를 박테리아에게 삽입해 의료용 물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과서에서 최신 과학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최근 아키아의 발견과 분류계통학의 급속한 발달로 세균이 가장 오래된 생물이라는 기존의 상식이 사실은 아키아가 더 먼저 나타난 생물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by byontae | 2009/07/02 21:53 | The Archives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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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02 21:58
교육 과정이 바뀌면 좀 현대적인 내용을 좀 넣어주지.. 아직도 오래된 걸 그대로 쓰는 것 같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3
뭐 바로바로 업데이트 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교육과정이 바뀐게 2002년인데, 1990년대에 완전히 뒤집어진 아이디어를 아직도 고수한다는건 좀(...)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7/02 21:59
박테리아는 까야 제맛(어?)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5
까면 깔수록 매력있는 친구죠 :D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7/02 22:08
최소한, 매년 책 찍어 낼 때 개정판 정도는 내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이거 80년대 논문 복사붙이기 해서 레포트 내는거랑 다를게 없..OTL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6
사실 분류학 같은 경우에는 개정판 정도가 아니라 챕터 자체를 뒤집어 엎어야 하니 쉽지 않겠지요. 그래도 이런게 있다 정도만 알려줘도 좋겠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부전나비 at 2009/07/02 22:36
대학교와서 생물학을 새로 배우고 충격을 먹어라는 교과서회사의 배려...는 개뿔 ㄱ-;;;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6
나름 세심하고 배려심 넘치시는군요(.....)
Commented by 단순한생각 at 2009/07/02 22:56
고세균중 가장 작은문으로 알려진 Nanoarchaeum는 역시 같은 고세균에 해당하는 Ingnicoccus를 숙주로 하는걸로 알려저 있습니다. 문제는 Nanoarchaeum가 절대기생체인지라 순수배양된적도 없고, 생리가 밝혀지지 않아 energy parasite인지 carbon parasite인지 구별되지 않다고 알려져 있네요.

물론, 진핵생물에 기생하는 고세균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7
아키아끼리는 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7/03 01:07
생물학의 기본은 누가 뭐래도 분류학이지요. 하지만 너무 많은 변동이 있어서 업데이트가 힘듭니다. 아예 새로운 게 나오는게 아니라 재개정 위주라서요. 그런데 분류학은 생물학에서 지금 인기 없다고 소문났는데 님은 너무 잘 아시네요. 님 전공이 기생충 분류학이던가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8
대학교때 분류학 수업을 좀 많이 들었고, 석사 때도 분류학 수업이 따로 있었거든요. 사실 인기가 없다고는 해도 분류학이 기본이니만큼 가르치기는 철저히 가르쳐서 많이 배워두었습니다.
Commented by 클로버 at 2009/07/04 08:04
DNA에 담겨있는 '정보'만이 소프트웨어라고 봐야하지 않나요? 생명체 내에서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들도 하드웨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8 00:09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일단 컴퓨터에 비유하는것 자체가 좀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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