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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시리즈: 파상풍에 대한 오해들


어디까지나 내 사견이지만 어째 교과서들 대부분이 질병이나 임상 쪽으로 오면 그 질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띄인다. 특히 이런 상식 섹션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더 그렇다. 이 파상풍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니 그냥 일단 막 분쇄해보도록 하겠다.
일단 테타니(tetany, 근육 강직성 경련)과 파상풍(tetanus)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둘다 영어 스펠링은 비슷할지 몰라도 테타니는 여러 질병에 의해 일어나는 강직성 경련을 말하고 파상풍은 클로스트리디엄 테타니(Clostridium tetani)에 일어나는 질병이다. 테타니의 경우에는 칼슘 저하, 부갑상선 장애, 이산화탄소 부족 등에 의해 활동전위(action potential)가 급작스레 상승하면서 오는 경련을 말한다. 파상풍에 의한 강직성 경련은 테타니 증상에서 처럼 활동전위가 증가하는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테타니로 분류되지 않는다.
파상풍에 의한 경련은 테타노스파즈민(Tetanospasmin)라는 파상풍의 독소에 의해 일어난다. 이 독소는 파상풍균이 무산소호흡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데 파상풍균 자체에서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쨋든 이 독소가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과 림프계를 통해 퍼져나가 뉴런에 달라붙어 신경전달억제 물질(GABA)이 생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렇게 신경전달억제 물질의 생성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으면 아주 작은 자극에도 근육의 신경들이 과민 반응을 하게 되고, 근육의 수축이 이완되지 않으면서 파상풍의 특징인 강직성 경련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테타노스파즈민에 의해 일어나는 강직성 경련은 팔다리의 긴 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강력한 근육 경직을 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보통 이 독소는 짧은 뉴런들 부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파상풍에 걸린 사람의 초기 증상은 주로 턱이나 손발에 경직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뉴런에 달라붙은 테타노스파즈민은 다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뉴런이 다시 생성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파상풍은 아주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다. 파상풍에 걸린 사람은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어 누구도 놓칠 수 없는 아주 독특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위의 그림처럼 고대 사람들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병이었다. 파상풍의 잠복기는 3-21일 정도로 보통 8일 정도 되는 때 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파상풍균 최초 감염지가 중추신경에서 멀수록 잠복기가 길고, 잠복기가 짧을 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보통 파상풍의 초기 증상은 턱에 경직이 오고 음식물을 넘기기 힘들어지며 안면 마비가 오는 것이 특징이다. 파상풍균을 검출해 진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이러한 초기 증상을 통해 파상풍을 진단한다. 이후 증상은 점차 몸 아래로 내려가 목이 뻣뻣해지고 혈압이 상승하며 열과 땀이 나며 점차 경직이 시작된다. 경직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 위의 그림처럼 몸이 활처럼 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경직은 약 3-4주까지 이어질 때도 있고, 완전한 회복은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처럼 근육이 경직되고 신경이 손상되어 회복이 오래 걸리는 것이지 이 때문에 조직이 썩어들어가거나 하는 증상은 파상풍의 특징이 아니다. 아마 이것은 파상풍이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생존하기 힘들다는 데서 온 오해라고 보인다. 파상풍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산소가 공급되는 조직에서는 생존하고 번식하기 힘들다. 하지만 상처나 외부 물질을 통해 국소 조직이 괴사해 산소 공급이 차단된 경우, 그 괴사한 조직 내에서 번식해 파상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즉 파상풍이 조직 괴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 괴사가 일어났기 때문에 파상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 반대의 이야기.

다른 감염성 질환과는 달리 파상풍에 한번 감염되었다 회복되었다고해서 파상풍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상풍은 예방이 중요하다. 이것은 매우 소량의 파상풍 독소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 심지어 치사량의 파상풍 독소가 투입되었다 하더라도 양이 너무 적어 적절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외부 활동시 큰 상처가 나면 병원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성인의 경우 10년에 한번씩 파상풍 부스터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파상풍은 약화시킨 독소를 주입해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혈청을 주입해도 장기적인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파상풍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그룹(어린이 등)은 주기적으로 파상풍 백신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파상풍에 걸렸다고 해서 항생제를 먹더라도 이미 파상풍 독소가 몸 안에 퍼진후에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으므로 독소를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또 감염된 환자는 지속적인 근육 강직으로 칼로리 소모가 높기 때문에 하루 3500칼로리 이상의 고열량, 고단백 영양을 투입해야 하며, 근육 강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을 통해 마비시키기도 한다.

파상풍균은 거의 세계 전 지역 토양에서 손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이 일반화 되고 파상풍균이 살만한 토양과의 접촉과 외상이 줄어들면서 우리들에게는 비교적 덜 친숙한 병이 되었지만, 파상풍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매년 백만명에 달하는 감염자와 30-5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심각한 감염성 질환이다. 특히 인간을 제외한 말, 양, 소 등의 장내에 파상풍균이 듬뿍 들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동물의 대변을 비료로 이용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파상풍은 위협적인 질병이다. 특히 경제, 사회적인 이유로 백신 등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는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신생아 파상풍이 흔해 매년 20만명의 신생아가 파상풍으로 사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 하나가 녹슨 못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린다는 것이다. 녹슨 못에 찔리거나 녹슨 철제 물건에 깊은 상처를 입은 경우에 파상풍에 걸리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녹슨 못에 다른 곳 보다 특별히 파상풍균이 많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파상풍균의 경우 이렇게 체외에 있을 때는 포자를 형성하는 대부분의 항생제나 열로는 죽일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다만 녹슨 못이 있는 환경은 보통 외부에서 파상풍균이 있기 좋은 환경인 경우가 많고, 이런 녹슨 못이 파상풍균이 충분히 체내 깊숙히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즉 녹슨 못이라고 해서 특별히 파상풍의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니고, 다만 환경 자체가 파상풍에 걸릴 수 있는 위험성을 높인다고 보면 되겠다.
by byontae | 2009/07/02 01:38 | The Archives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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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02 01:49
파상풍이 피부를 썩어들어가게 한다니..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군대에서 파상풍 예방주사 맞은게 다행인것 같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13
파상풍 예방 주사는 맞아서 나쁠게 없는것 같습니다. 특히 여행이나 야외활동 시즌에는 더더욱 그렇구요.
Commented by 김똘9 at 2009/07/02 01:50
오...저도 반대로 알고있었습니다.
교과서에 나온다고 다 맞는 얘기들이 아니었다니 이것도 나름대로 쇼크네요..orz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20
새삼 느끼지만 정말 아무리 믿을만한 소스라고 해도 오류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7/02 01:59
이건 저도 틀리게 알고 있었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20
의외로 그렇게 알고 계시는 분들이 꽤 되도군요.
Commented by 궁극사악 at 2009/07/02 02:18
오늘 파상풍부스터 맞고왔습니다...아파요 ㅠㅠ 아픕니다...그놈의 유학이 뭔지...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21
그래도 안전을 위해 맞아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D
Commented by 아즈모 at 2009/07/02 03:57
이와 반대로 Clostridium botulinum은 이완성인 독소를 내지요. 교수님께 보튤리늄이랑 테타니랑 같이 감염 되면
어찌 되느냐고 여쭈어 봤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31
그러게요. 어떻게 될까 궁금하네요. 테타니의 경우에는 action potential에 문제가 생기는것이고 보튤리눔 같은 경우에는 neurotransmitter의 운반을 막는 것이니 서로 관련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Commented by ELEMITA at 2009/07/02 03:59
파상풍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껏 그냥 무시하며 살아왔는데 말이죠-_-;;
그러고보니 저도 저희집 멍멍이한테 물렸을때 화상풍 주사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개한테 물렸는데 왜 공수병도 아니고 파상풍 주사를 맞나 했지요.
....그렇게 아픈 주사는 태어나서 처음 맞아봤었습니다ㅠ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28
파상풍 주사가 좀 아프지요. 파상풍이 꼭 녹슨 못에만 찔려서 걸리는게 아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서 큰 외상을 입었다면 일단 예방 차원에서 관리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7/02 08:20
헛. 파상풍은 군대에서 배운 것이었는데, 틀렸었군요.
[군대에서 질병관련한걸 틀리면 어쩌잔거야..ㅇ<-<]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28
죽지만 않으면 된다 이런거 아닐까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7/02 09:23
보툴리늄은 식중독의 형태로 사람 속을 썩이고, 테타누스는 상처감염의 형태로 속을 썩이고...

저자들이 착각한 이유를 대충 짐작가능한게 NSTI의 유발균주중 독종으로 이름날리는 Clostridium Perfringens이라든가 C. septicum하고 혼동했을 거라는데 한 표 던집니다. 흔히들 gas gangrene이라든가 Necrotizing fascitis등으로 표현되는 이 병들이 피부-피하지방거쳐 근육층까지 전부 괴사시키고 사망률도 무지 높으니 말입니다. 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종류도 흔한 놈들이고 Vibrio parahemolytica역시 유사한 문제를 일으키고 치사율도 높긴 하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32
말씀대로 다른 Clostridium sp.의 증상들과 헷갈린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C. perfringens이나 C. septicum에서는 necrosis가 자주 발견 되니까요.
Commented by NePHiliM at 2009/07/02 11:09
아 그렇군요; 녹슨못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린다고 알았습니다
-네피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33
녹슨못에 찔리면 파상풍의 위험이 있지만, 녹슨 못 뿐만 아니라 일단 외부활동시 큰 외상이 있다면 파상풍을 조심할 필요가 있지요.
Commented by 아즈모 at 2009/07/02 20:45
수의학에서는 C. chauvoei 에 의한 기종저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걸 보았습니다. 이녀석의 증상도 저 교과서의 내용과 비슷하다고 생각 되는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49
그렇네요. clostridium도 종류가 참 많아서(...)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7/02 22:10
2번째 그림의 경직상태와 얼굴 표정이 손발이 오그라드는군요.ㄷㄷㄷ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7/07 00:49
한번 보면 잊기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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