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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말벌과 식물의 공생
다른 말벌의 먹이를 낚아채는 기생말벌도 있고, 기생말벌에 기생하는 기생말벌도 있고, 하여튼 이렇게 날고 기는 놈들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는 기생말벌도 다른 생물들에게 이용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다른 기생말벌이나 기생충이 아닌 식물에게. 식물은 보통 항상 일정량의 휘발성 물질을 발산하는데, 다른 곤충이나 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더욱 다양한 휘발성 물질을 내뿜는다. 이러한 위험 신호는 주변 동종 식물들에게도 인식되어 방어 기전을 활성화 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휘발성 물질은 비단 식물간의 의사소통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곤충들의 행동에도 다양한 영향을 끼친다. 사과 나무들은 자신을 먹는 응애(mite)가 피해를 입히면 다른 육식성 응애를 끌어들여 이 넘들을 처단하기도 하며,(1) 목화나 옥수수 나무 중 일부는 좀 더 고상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초식성 애벌레에게 공격을 받을 경우 휘발성 물질을 통해 기생말벌을 끌어들인다.(2) 이러한 휘발성 물질을 통해 기생말벌들은 손쉽게 자신들의 아이를 키워줄 애벌레를 찾게 되고, 이렇게 기생말벌의 부화기가 된 애벌레는 더 이상의 생식활동이 불가능해지므로 장기적으로 식물에게 이익이 된다. 이러한 식물의 구조신호는 기생말벌에게도 도움이 되는데, 사실 기생말벌이 자신의 부화기가 될 애벌레를 단순히 시각적 정보를 이용해 찾는 것은 대단히 힘들기 때문이다. 숙주가 될 애벌레들은 보통 잎 아래에 숨어 대단히 교묘한 위장을 하고 숨어있으니 단순한 시각 정보로는 찾기 힘들고, 때문에 이런 식물의 구조신호를 통해 자신의 숙주가 되어줄 애벌레를 손쉽게 찾아내는 것이다.(3) 이렇게 식물과 기생말벌은 어찌보면 매우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인 공생관계를 이룩하고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식물이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피해와 애벌레에 의해 입는 피해를 구별하여, 애벌레에 의해피해를 입는 상황에서만 기생말벌이나 다른 육식성 곤충을 끌어들이는 휘발성 물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휘발성 물질은생산하는 것은 식물에게 있어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므로 이러한 구별 능력은 상당히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다.(4) 또 더욱 교묘한 점은, 식물이 각각의 초식 애벌레에 따라 다른 휘발성 물질을 생성하며, 또 기생말벌은 이러한 다른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여 자신이 특화된 애벌레에 손상을 입은 식물에게만 이끌린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Cardiochiles nigriceps라는 기생말벌은 Heliothis virescens라는 애벌레에만 알을 낳는다. 실제 외부환경에서 이루어진 실험에서 Heliothis virescensHelicoverpa zea, 두 종류의 애벌레를 식물에 풀어 놓았는데 기생말벌은 정확히 자신의 숙주인 Heliothis virescens가 있는 나무에만 가서 앉았다. 즉 식물이 휘발성 물질을 내뿜는다 하더라도 피해를 입히는 피해자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휘발성 물질을 내뿜고, 기생말벌은 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이야기.(5)
기생말벌이 더욱 대단한 점은 다른 여러 식물들이 내뿜는 휘발성 물질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식물이 뿜어내는 구조신호는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식물의 종류에 따라 휘발성 물질의 양이나 조합, 세부구조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다양한 구조신호는 기생말벌에게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기생말벌은 매 회 산란시 이러한 휘발성 물질의 특징을 기억해 두었다 다음 산란 때도 사용한다. 그래서 한번 산란을 성공한 기생말벌의 경우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숙주를 찾아낼 수 있고, 아직 한번도 산란을 해보지 않은 말벌의 경우에는 이렇게 다양한 휘발성 물질에 익숙하지 못해 숙주를 찾는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 도둑질도 해본놈이 잘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랄까.(6)


Reference:
1. Takabayashi J, Dicke M (1996) Plant-carnivore mutualism through herbivore-induced carnivore attractants. Trends Plant Sci 1: 109–113
2. Tumlinson JH, Lewis WJ, Vet LEM (1993) How parasitic wasps find their hosts. Sci Am 268: 100–106
3. McCall PJ, Turlings TC, Lewis WJ, Tumlinson JH (1993) Role of plant volatiles in host location by the specialist parasitoid Microplitis croceipes cresson (Braconidae: Hymenoptera). J Insect Behav 6: 625–639
4. Cortesero AM, De Moraes CD, Stapel JO, Tumlinson JH, Lewis WJ (1997) Comparisons and contrasts in host-foraging strategies of two larval parasitoids with different degrees of host specificity. J Chem Ecol 23: 1589–1606
5. De Moraes CM, Lewis WJ, Pare´ PW, Alborn HT, Tumlinson JH (1998) Herbivore-infested plants selectively attract parasitoids. Nature 393: 570–573
6. Du Y, Poppy GM, Powell W, Wadhams LJ (1997) Chemically mediated associative learning in the host foraging behavior of
the apid parasitoid Aphidius ervi (Hymenoptera: Braconidae). J Insect Behav 10: 509–522
by byontae | 2009/06/21 14:01 | Parasite Rex | 트랙백(1) | 핑백(3)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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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작은 동물들'의 학습
기생말벌과 식물의 공생(byontae님)을 트랙백. 사실 byontae님께서 적으신 최근의 발견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할 실력은 없고요, 언급할 만한 것이라면 Frey님의 리플에 대해서는 가능합니다.Commented by Frey at 2009/06/21 20:11 본능만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학습의 결과라는 점은 놀랍네요^^; 곤충이 어느 정도나 학습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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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말벌과 식물의 공생 (byontae님) '작은 동물들'의 학습 (漁夫님) '작은 생물들'의 학습 (byontae님) 군소(Aplysia)는 바다 달팽이의 일종으로 뇌가 2만 여개의 세포 ... more

Linked at Parasitic Realm .. at 2009/07/13 18:32

... 그야말로 한편의 대서사시. 식물의 방어전략이 기생말벌을 끌어들여 식물은 자신을 먹어대는 애벌레의 숫자를 줄이고, 기생말벌은 자식을 위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공생관계도 이야기 한 적 있고, 아카시아 나무가 속을 비워 개미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예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아카시아와 개미들 처럼 식물들이 곤충들과 함께 ' ... more

Linked at Parasitic Realm .. at 2009/08/11 18:21

... 한 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저항성 출현이 어느 정도 보고된바 있어 방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돌아보게 된 것이 바로 기생충. 이미 전에도 한번 포스팅 했지만, 식물들은 공격 당할 경우 특정 휘발성 물질을 내뿜는다. 애벌레에게 잎이 먹힐 때 휘발성 물질을 통해 기생말벌을 끌어들이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런데 줄기 ... 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21 14:10
...대자연은 놀라워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17:20
멋지죠 :D
Commented by Alias at 2009/06/21 14:44
그러고 보니 식물은 동물보다 단일개체에서 생산하는 자손의 수가 동물보다 훨씬 많은 편이라 선택압이 작용했을때 특성이 변하는 속도도 빠를 듯 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비교하긴 곤란하지만)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17:21
일년에 한번 이상 꼬박꼬박 번식하고, 한번 번식에 뿌리는 자손의 수도 엄청나고 식물에 따라 성장 속도가 엄청난 종도 있으니 사실 식물도 적응 속도가 느리다고 보기는 힘들죠. 박테리아에 비하면 물론 우스운 수준입니다만(....)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6/21 16:35
....이젠 신비를 넘어서 경이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17:22
기생간지!
Commented by loondark at 2009/06/21 17:42
어떻게 판단하는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식물에 대한 편견이 무너지는 글이 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23:49
아직 정확한 기전에 대해 전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여러모로 흥미를 끄는 내용이지요.
Commented by 漁夫 at 2009/06/21 19:37
이 정도로 전문화했을줄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23:49
기생말벌도 기생말벌이지만 식물도 대단히 전문화 되어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Frey at 2009/06/21 20:11
본능만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학습의 결과라는 점은 놀랍네요^^; 곤충이 어느 정도나 학습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6/21 23:51
본능을 통해 찾기는 하지만 학습을 통해 그 효율을 향상시킨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최근 벌 등을 대상으로 한 학습 실험에서 보면 기존에 통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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