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뛰어라 나의 백성들이여. 뛰는 자에게 영생과 진화가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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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 pandemic vs 2009 H1N1 outbreak


2009년 H1N1 유행(outbreak)가 큰 관심을 끌면서 1918년 pandemic(대유행)에 비교하며 과거의 독감 유행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918년 수천만명을 죽인 당시 상황과 90년이 지난 지금, 2009년은 어떻게 다를까.

1918년 독감 유행은 흔히 스페인 독감(Spanish flu)으로 더 잘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것은 잘못된 명칭이고 정식 명징은 1918 influenza pandemic(1918년 독감 대유행)으로 호칭하는 것이 옳다. 1918년 3월에 퍼지기 시작해 1920년 6월까지 지속되어 북극 시골마을부터 태평양의 외딴 섬까지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켜 7000만-1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었다. 당시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influenza A에 속하는 H1N1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고 있다. 1918년 독감은 다른 유행성 독감과 여러면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병독성이 매우 높아 사망률이 높았다는 것이 첫번째 특징이고, 보통 독감은 겨울에 유행하고 3-4월에 접어들면 소강상태에 접어드는데 반해 이 독감은 오히려 겨울이 끝나갈 무렵 시작해 계절과 상관없이 전세계를 휩쓸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은 2009년 유행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독감의 원인이 H1N1이라는 점, 유행성 독감이 잘 나타나지 않는 시즌에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2009년 독감의 경우 약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1918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금 2009년 독감은 다른 계절성 독감이 유행하는 시간과 겹치지 않아, 좀 더 정확한 사태 파악이 가능했던것도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지금 독감의 경우 상당히 독특하게 발견되었다. 한 바이오텍 회사에서 독감을 위한 rapid diagnostic kit(진단키트)를 시험하던 중, 인터넷을 통해 멕시코에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당연히 테스팅을 위해 진단키트를 들고 멕시코로 갔는데 개발중인 진단키트에 전혀 걸리지 않는 독감 strain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독감이 발견된 것은 이렇게 어찌보면 좀 황당한 우연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 만약 이러한 우연이 없었더라면 기존에 유행하던 독감과 다른 종류라는 것은 훨씬 뒤에나 밝혀졌을 수도 있다.

또 1918년 독감과 2009년 독감 유행에 있어 공통점이자 다른 점은 바로 두 시대 모두 대량의 인구수송이 질병의 전파를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항공시스템도 발전되지 않았을때 어떻게 1918년 독감이 대량 인구수송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것일까. 이것은 당시 시대상황과 연관이 있다. 1918년은 세계일차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현재는 여행이나 대량의 물류수송을 통해 질병이 전파되었지만, 1918년 당시에는 오히려 지금 보다 더 많은 수의 군인들이 더 많은 지역에서 더 자주 다양한 지역으로 수송되었다. 당시 공중보건이나 위생수준, 더불어 전시라는 상황을 고려해보자면 이런 군인들이 수송되는 과정은 좁고 더러운 수송매체를 통해 이루어졌을것이다. 이러한 환경 자체가 질병의 전파를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한가지 원인이 된것이다. 이러한 증거로 1918년과 1922년 사이 러시아에서 발생한 다수의 티푸스 유행은 2500만명을 감염시키고 30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에도 역시 다량의 물류, 인구 수송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개의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전세계적인 규모로 보자면 1918년 전시의 수송량을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의 수송은 훨씬 위생적이고 쾌적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송되는 개개인에게 특별한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비록 수송량은 더 많다 하더라도, 수송 과정에 있어서 질병의 전파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1918년 만큼의 파급을 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1918년 당시에는 비좁은 공간에서 건강이 크게 손상된 사람들이 다량으로 수송되어, 한 수송매체 내의 사람 전체가 감염되는 일도 흔히 있었지만 현대에 이런 일은 보기 힘들다.



2009년 H1N1 유행이 판데믹의 공포를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감염된 주 연령대가 20-30대라는 것이다. European CDC에서 제공되는 자료를 보면 유럽에서 발병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20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여행자의 나이대가 20대가 많아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멕시코쪽에서도 발병자의 대부분이 젊은층에 집중되어있다는 보고를 보면 1918년 독감과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1918년 당시 독감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것은 젊은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면역계의 과민반응에 의한 hypercytokinemia이 한 원인이 아닐까 의심되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면역시스템이 왕성하게 활동 하고 있는 젊은층이 면역시스템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에 비해 더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전쟁 직후 전쟁에 동원되었던 주 연령층이 젊은 남성이라는 점에서 전쟁 후유증 등에 의한 면역성 저하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이처럼 1918년 독감과 지금 2009년 독감 유행은 여러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WHO나 각국의 보건당국이 긴장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1918년 당시 상황과 지금 우리의 상황은 많이 다르며,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수준 자체도 다르다. 현재 질병의 진행 상황을 보면 사망자 집계는 거의 늘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감염자 수의 증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는데 공연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낭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 상황으로 보자면 H1N1 백신 생산 및 공급은 오히려 더 위험성이 큰 계절성 독감의 유행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게 할 위험성을 제공하며, 1976년 미국이 그러했던것 처럼 공연한 낭비가 될 공산이 커보인다. 물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일이겠지만, 지금처럼 대중의 공포를 잠재우고 보여주기식으로 쓸데없는데 자금을 투자하다가는 후일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것이다.


Reference:
1. Patterson, KD; Pyle GF (1991). "The geography and mortality of the 1918 influenza pandemic". Bull Hist Med. 65 (1): 4–21.
by byontae | 2009/05/05 08:33 | Parasite Rex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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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가 경험한 가장 지독한 전염병'(J. Diamond)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때의 사망률은 20~30대가 제일 높았으며, 이에 대한 자료는 byontae님의 이 포스팅을 보시면 됩니다. 이것은 매우 간접적인 자료입니다만, 더 직접적인 증거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제시하죠.단서 3. 늑대별님의 다른 ... more

Commented by yy at 2009/05/05 09:33
아 (당연하게도) 군인들의 대규모 수송이 있었겠군요. ^^;;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5/06 03:10
당시 시대상황이 아무래도 pandemic에 큰 영향을 미쳤지요.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5/05 10:21
돼지독감때문에 촛불시위를 하는 일만 없다면 그쯤 세금 낭비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국가 이미지 추락 방지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되니까[...비범하다]
각설하고, 전 대충 일련의 '전염병 대처법'...청결이라던가 격리 같은건 수백년 전부터 사용됐다고 믿어 왔는데요
1918년에는 그런 조치가 별로 없었던 건가봐요? 아픈 사람도 그냥 기차 태워 보내버리고 하는 식으로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5/05 10:36
청결이나 격리...가 제대로 잡힌 건 19세기 중엽이후입니다. 1840년-맞나?-영국 의사 스노우의 콜레라 전염에 대한 연구는 예방의학-역학 분야에서 제대로 된 질병 전파 연구의 시초로 꼽힐 정도이고 이 연구가 바탕이 되어 런던, 더 나아가서 영국 전체의 공중 위생 개량 사업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물론 중세시대라든가 대항해시대에도 그런 개념은 대충 있어서 흑사병 환자나 나병 환자는 성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전염병이 도는 곳에서 오는 배는 입항 금지-이거 제대로 못해서 흑사병이 돌았고, 반대로 18세기에는 이걸 제대로 한 편입니다. 하지만 올라가서 검역하는 게 아니라 그 배는 그냥 바다 떠돌다가 죽어! 였던게 안습-시키는 정도까지는 올라갔지만 도시 내 위생에 대한 것은 아직도 매우 미비한 실정이었습니다.

게다가 1918년, 즉 1차 세계 대전의 특징을 고려해야죠. 1차 세계 대전은 참호전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는데 이 참호란 게 단순히 땅만 파 놓고 거기 지냈다 정도가 아닙니다. 주 전장이 된 플랑드르-이른바 북해연안 저지대-는 땅을 조금만 파도 지하수가 올라오는 데다가 비가 오면 범람+참호내에 물이 그대로 고이고 이를 위한 배수시설도 전무했습니다. 그런 곳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보면...어떻게 될지는 뻔하죠. 그러니 거의 대다수의 병사들의 건강상태란 건 면역력이 매우 저하된 상태였고 그러니 증상이 없다면 바이러스감염이 있나 없나 확인도 안했으니 그 많은 병사들 스스로가 바이러스의 매개채-본인도 모르게-가 된 거죠.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5/05 10:57
아하 감사합니다 'ㅅ'/
Commented by Esperos at 2009/05/05 13:48
그러고 보니,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 내 상태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상태가 심각하게 엉망이었단 이야기는 저도 들었군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5/06 03:15
위장효과님//설명 감사드립니다 :D
John Snow가 현대적 의미의 역학조사를 시행했던 그 전설적인 물 펌프는 아직도 시내 한복판에 남아있습니다. 가끔 가서 보곤 하는데 매번 가슴이 찡하고(?) 그렇습니다.

라세엄마님//돼지독감으로 낭비되는 세금이 저는 별로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약품이나 의료기반시설이 충분히 남아도는것도 아니고, 이렇게 투자대 효용성이 낮은데 인력과 시설, 자본을 투자하다보면 정작 계절성 독감이 돌아올때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안그래도 식약청이나 질병관리본부나 좋은 소리는 못듣고 있는데 이렇게 여론에 끌려다니기식 행정을 계속하다보면 정말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발목 잡히지 말란 법도 없구요.

Esperos님//당시 참호에서는 티푸스부터 시작해서 콜레라, 이, 벼룩 같은 외부기생충들까지 아주 전염성 질환의 풀코스 부페나 다름 없었죠.
Commented by 라세엄마 at 2009/05/06 11:38
byontae님// 아뇨 그런 진지한 뜻이 아니라요. 세금 낭비 안하겠다고 적절하게만 대처하면 또 '시민학살'이라느니 살인바이러스를 들여오는 정부를 까부수라'라느니 하면서 촛불들고 수만명씩 모여서 버스 뒤집고 하면, 그거 유튜브같은데 퍼지면 한국 이미지가 거지가 될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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