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서 기생충이 나와요 Parasite Rex



요즘 가끔 뭐 기생충 관련해서 재미난 글이 올라오나 네이버에서 '기생충' 키워드를 검색해 보고는 하는데 지식in란에 '항문에 기생충이 있다, 가렵다, 이거 대체 뭐냐'이런 질문들이 의외로 많이 올라오는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답변에는 계란을 먹으면 기생충이 노른자에 있는 병아리를 보고 놀라서 피한다는 둥, 내과의사 선생님의 답변이라는것도 학부 기생충 수업때 살짝 공자님을 알현하고 오셨는지 기생충은 항문까지 잘 내려오지 않고 주로 소장, 대장에 있지만 충분히 항문 주위로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 정도의 깝깝하기 그지 없는 답변만을 해주고 있길래 제가 한번 주제 넘게 나서 봅니다.



요충(Enterobius vermicularis, Pinworm, Threadworm)은 전세계에 걸쳐 분포하는 대단히 흔한 기생충으로 특히 수컷은 1-4mm, 암컷은 8-13mm의 소형 장내기생충이다. 대장 근처에서 기생하면서 간지럼증을 일으키는 것을 제외하면 별 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기생충이다. 간지럼증 때문에 항문 주변 피부가 헐거나 잠자리가 불편해 수면 장애가 생긴다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연구로는 매우 심각한 요충 감염의 경우 맹장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케이스 리포트가 있기도 하다.(1) 보통 어린이들에게 주로 발견되는 기생충이지만 성인에게서도 종종 발견된다.
의외로 흔한 기생충으로 2005년 한국 청주에서 이루어진 역학조사에 의하면 미취학 아동의 약 7.9%가 감염되어(2)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른 조사결과에서는 9.2에서 26.1%로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세계적으로 연간 2억명 이상이 감염되는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보편성으로 보자면 가장 성공적인 기생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요충은 상당히 단순한 생활주기를 가진 기생충으로, 암컷이 숙주가 잠든 사이 항문에서 기어나와 항문 주변에 알을 낳으면 항문 근처를 만진 손에 알이 묻고, 그 알이 묻은 손을 다시 입으로 가져가면 재감염이 일어나는 방식이다. 요충의 알에서는 매우 끈끈하면서도 간지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에 요충이 항문 주변에 알을 낳으면 매우 가렵게 된다. 따라서 수면 도중 항문 주변을 긁게 되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손에 끈적한 알이 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손을 세척하지 않고, 아직 항문을 만진 손이 더럽다는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미취학 아동의 경우 그 감염률이 높은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통의 경우 성인이 되어 위생관리가 보다 철저해지면 요충의 수명이 2달 남짓이기 때문에 재감염의 기회가 차단되어 금새 사라지지만, 집에 아이가 있거나 위생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경우 지속적으로 감염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다시 네이버에서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증상이 다들
1. 항문이 가렵다
2. 이상한 실 같은 벌레를 목격했다
3. 약국에서 파는 '알벤다졸(albendazole)'류의 약이 딱히 효과가 없다. 따라서 약 지어준 의사 돌팔이.
등의 이야기. 물론 의사와 상담하여 제대로된 치료를 받는것이 제일 합당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기생충의 양상 등을 고려해 봤을때 회충이 중감염 되어 항문으로 기어나오거나 돼지/소 촌충에 감염되어 Proglottid(편절)이 떨어져 나오는 경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것 같기 때문에 요충 감염이 이런 증상들에 가장 적합한 설명으로 보인다.

일단 요충 감염인것을 확인하려면 쉬운 방법이 있다. 하루 날을 잡아서 넓고 투명하고 접착력 좋은 스카치테이프를 조금 잘라내어 밤에 항문에 뭔가 꿈틀거리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 같을때 붙였다 떼어보는것이다.(tape test; 병원에서도 요충 감염은 이렇게 테스트 하므로 이상하다 생각하지 마시길) 그 다음 집에 있는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하얗고 가느다란 실같은 길이 수mm의 요충 암컷이 보일것이다. 그렇다면 요충 감염이 거의 확실하다. 만약 우동가락이라면 그건 회충중감염이니 얼른 응급실 가시고, 만약 이상한 넓다란 쌀국수면 쪼가리 같은게 나오면 촌충 감염이므로 역시 응급실 고고씽.
만약 내가 요충감염이다 싶으면 일단 약국 가서 알벤다졸(albendazole)을 달라고 하자. 알벤다졸은 거의 대부분의 장내기생충 감염에 효과가 있는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다. 보통 1회 투여로 완전히 제거가 가능하지만, 앞서 말 했다시피 요충은 재감염이 되기 대단히 쉬우므로 1-2주후에 다시 한번 먹어주는것도 좋은 생각이다. 알벤다졸을 먹어도 별 효과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 먹고 다시 늴늬리야 하면서 위생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케이스일것이다. 일단 약을 먹어서 장내에 있는 요충이 사멸됐다 하더라도 아직 손, 옷, 혹은 알에 오염된 손으로 만진 가구, 음식 등에 아직 아직 알이 남아있을 수 있다. 알은 밖에서 최장 2주까지 살아남을수 있으므로 일단 약을 먹고 난 후에는 몸을 구석구석 잘 씻고 옷과 침구는 높은 온도에서 세탁한 후 뒤로도 손을 자주 씻고 함부로 입 안에 손을 넣지 않는 등 철저한 관리를 기울이면 약 없이도 사실 구제가 가능한 감염이다. 그러니 약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기본적인 생활위생에 더 신경을 쓰시는것이 첫번째 단계.
만약 아이가 요충에 걸렸다고 해도 아이의 위생에 딱히 문제가 있는것이 아니라 유치원 같은데서 장난감등을 공유하면서 요충에 걸린 한 아이에게서 다른 아이가 옮는것은 흔한 일이므로 아이를 탓하지 마시고 약사/의사와 상의해 구충약을 투여하고 위생관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것이 좋겠다. 애들이 그런것쯤 걸릴 수 있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항문 간지러운 애 자신이 제일 괴롭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위의 질문글 답변들에서 조금 깔점.
'기생충 없애기'라는 글에서 어떤분이 뜬금없이 민촌충(Taenia saginata, beef tapeworm)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한국 의사들의 무능함과 어떤 서울대의대 교수분의 의술은 인술을 칭송하시던데 당연히 한국에서는 이제 드문 기생충이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진단하기 힘든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차라리 수의사에게 가져갔으면 바로 알아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거기서 프라지콴탈(Praziquantel)을 언급하시던데 프라지콴탈은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데다가 trematodes(흡충)와 cestode(촌충)에 주로 사용되는 약물이지 위에서 질문자가 고생하고 있는 nematode(선충)에는 잘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다.
그리고 두번째 질문글인 '항문에서 뭔가 꿈틀 거리는 것 같아요'의 경우에는 의사답변에서 필요할 경우 대장내시경을 하여 기생충을 확인하자고 하는데 이렇게 요충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하는것 보다 간단하게 손과 항문 주변을 위에 언급한 tape test를 이용해 간단히 현미경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아니면 대변검사를 하는것이 더 환자를 위해서나 진단의 효율성을 위해서나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니까 여러분, 손을 잘 닦는것이 건강의 첫걸음입니다.


Reference;
1. Sodergren MH, Jethwa P, Wilkinson S, Kerwat R. Presenting features of Enterobius vermicularis in the vermiform appendix. Scand J Gastroenterol. 2008 Dec 11:1-5
2. Kang S, Jeon HK, Eom KS, Park JK. Egg positive rate of Enterobius vermicularis among preschool children in Cheongju, Chungcheongbuk-do, Korea. Korean J Parasitol. 2006 Sep;44(3):247-9.Click here to read

핑백

  • Parasitic Realm of Red Queen; byontae : 돼지기생충 2009-04-05 13:29:08 #

    ... 네이버 지식인에 기생충 관련 질문글로 "항문에서 기생충이 나와요" 다음으로 자주 올라오는 질문은 "돼지 기생충"에 관한 질문들이다. 돼지고기 기생충의 위험성등에 대한 질문들이 중복되서 많이 올라오는데 개중에 간단명료하게 ... more

덧글

  • Obituary 2009/02/28 13:32 # 답글

    일격필살 HCl 관장약을 추천합미다
  • byontae 2009/03/02 06:23 #

    숙주가 죽으면 기생충도 죽을테니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구제방법!
  • 아르젤 2009/02/28 14:41 # 답글

    정기적으로 구충제복용도 역시 ....

    회충큰건 한방에 않죽기도하지만...
  • byontae 2009/03/02 06:32 #

    대부분 1회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 yu_k 2009/02/28 15:03 # 답글

    포스팅 읽고 바로 손 빡빡 닦고 온 1인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byontae 2009/03/02 06:59 #

    한국에서도 손 씻기 운동 이런거 하지 않나요?
  • 꼬깔 2009/02/28 16:07 # 답글

    역시... byontae님의 설명은 쏙쏙 들어오는군요. :) 그런데 어릴 적에 약장수들이 주로 애들 골라 약먹인 후에 똥꼬에서 꺼내는 것은 회충인가요? 아무튼, 똥꼬쪽이 간질거린다고 하면 한번쯤은 의심해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군요. 흠...
  • byontae 2009/03/02 07:02 #

    그 당시에는 회충이었을것 같습니다. 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그때는 많이 유행하는 기생충이었고, 요충의 경우에는 너무 작아서 쇼를 하기에는 좀 약하달까요? :D
  • 케케 2009/02/28 16:30 # 삭제 답글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그냥 병원이 아니라 응급실을 언급하신거면 그 상황이면 이미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거라고 그런건가요?
  • byontae 2009/03/02 07:03 #

    꼭 그런건 아니지만 얼른 병원 가보시라는 의미로 응급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리고 보통 그정도로 심각한 기생충 감염이 있다면 심각한 복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응급실을 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방필수 2009/02/28 16:32 # 답글

    글을 읽으면서 참 공감했는데... 아이디를 보는 순간 신뢰도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ㅎㅎ 이걸 어쩌지...
  • byontae 2009/03/02 07:03 #

    저는 개인적으로 토픽과 제 아이디가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D
  • 아즈모 2009/02/28 17:00 # 답글

    변태님도 네이버에서 기생충 검색해 보시는군요 ㅋㅋ 저도 간간히 해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간단히 구할 수 있는게 '젤콤'이 있습니다 . 성분은 Flubendazole .
    달팽이 잡느라 썼던 기억이 나네요
  • byontae 2009/03/02 07:05 #

    가끔 재미난 기사들이 올라오기도 하고 씹을거리들이 끊임없이 걸려들기 때문에 :D
    약국에서 요즘 기생충약 달라고 하면 알벤다졸을 주는걸 보니 제법 흔하게 구할 수 있게 되었나봅니다. 그런데 Flubendazole이 더 흔하게 구할 수 있는건가보네요.
  • Kwak 2009/02/28 19:04 # 삭제 답글

    그러고보니 회충약 먹은지 3년쯤 되었군요. 상관없으려나;;
  • byontae 2009/03/02 07:05 #

    한국은 그래도 기생충이 많이 유행하는 지역은 아니라 크게 상관 없을듯 싶습니다.
  • 행인 2009/03/01 08:36 # 삭제 답글

    우동, 쌀국수에서 뿜었습니다.
  • byontae 2009/03/02 07:06 #

    :D
  • 전찬일 2009/03/01 12:3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밸리타고 왔습니다. 기생충 관련 글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평소 궁금한게 있는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혹시 우리가 약국에서 파는 젤콤같은 회충약을 먹으면, 덜 죽은 -_-;; 기절한 회충들이
    똥과 섞여서 나오게 되는건가요?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이런 얘기를 듣고 겁을 먹은 적이
    있어서, 맨정신으로 구충제를 먹기가 어렵네요;;;


  • byontae 2009/03/02 07:08 #

    안녕하세요.
    옛날에 나오던 기생충약들은 그랬다고 하는데 요즘은 다 소화되어 행태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배출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여 감염이 심각해 기생충 수가 매우 많다면 기생충이 통채로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을것 같네요.
  • 구들장군 2009/03/01 13:39 # 삭제 답글

    테이프가 이렇게도 쓰이는 군요. ^^;;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 byontae 2009/03/02 07:07 #

    의외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장비로 시행할 수 있는 테스트들이 제법 있습니다.
  • 천기누설 2009/03/02 17:20 # 답글

    자이언트모기 해명? 아니, 진상? 뭐 그 포스팅을 보고 다음 페이지를 눌렀습니다. ...이 기생충 포스팅을 보고 링크 신고합니다 [..]
  • byontae 2009/03/03 00:08 #

    안녕하세요 :D
  • Oreolic 2009/12/16 04:38 # 답글

    저도 초등학교때 요충에 감염됐었죠...아 최악이었습니다.ㅋㅋㅋ
  • simok 2013/12/08 01:22 # 삭제 답글

    항문을 비누로 씻는것도 괜찮지않나여?
  • 닉네임 2015/05/01 03:49 # 삭제 답글

    근대 대변을 하면 기생충도 같이 나오나요? 만약 그러면 기생충 개 불쌍
  • fate 2015/05/01 03:53 # 삭제 답글

    으아닛 나는 궁금해서 테이프시술을 했는데 알은 현미경으로 안봐도 보이는디
  • 숙주 2015/06/19 14:08 # 삭제 답글

    예전에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릴려고 일어나니까 변기 한가운데, 내가 본 변 주위로
    우동 국수 가닥이 둘둘둘둘 말려서 있더군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너무 혐오스러워서 바로 물을 내려서
    인증샷을 찍었어야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같이 보자고 가족들을 불렀지만 다들 기생충의 기자만 꺼내도 경기를 일으키는 지라
    아쉽게도 혼자만 봤습니다.

    하지만 멀쩡하게 여지껏 잘살고 있습니다.

    어렸을때 요충에 감염된 적이 있어서 아는데...
    똥꼬가 엄청나게 가렵고 미치고 펄쩍 뜁니다.
    그때 어머니가 가져온 가루 기생충약이 있었는데,
    그걸 물에 풀고 좌욕을 하고 있으면 조금 나아지더라구요.
    그게 뭘까 궁금하네요. 지금에서야.
    어떻게 생겼냐면 형형색색의 물고기밥처럼 생겼습니다.
    물에 풀면 녹습니다.

  • 도와주세여ㅠㅠ 2016/09/28 16:44 # 삭제 답글

    ㅜㅜ어제 응가에 우동가락돌돌말린게나와서 어제오늘알벤다졸1알씩 먹었거든요 ㅜㅜ ㅈㅣㄴㅋ자너무징그러웠어요..암튼 그래도병원에가야할까요? 너무창피해서 아무한테도말하기싫거든여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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