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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먹고 키크자.
기생충들은 숙주의 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을 생산해 숙주의 생태, 혹은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왕왕있다. 숙주의 생식능력을 없애버린다거나, 성장을 멈추게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Diphyllobothrium mansonoides.

Diphyllobothrium spp.(Spirometra라고도 불린다)는 물고기에서 흔히 발견되는 촌충인데, 그 중 D. mansonoides 의 생태가 상당히 흥미롭다. 물고기를 중간숙주로 삼고 개나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삼는 이 촌충은 plerocercoid growth factor(PGF)라는 여러 포유동물의 성장 호르몬을 모방하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신기하게도 유전자나 peptide 레벨에서는 포유동물의 성장 호르몬과 흡사한 점이라고는 없는 이 단백질은 인간 성장호르몬과 똑같은 binding specificity를 가져 몸에서는 성장호르몬으로 인식된다. 오히려 PGF의 유전자는 cysteine proteinase와 40-50%의 유사점을 보여주고 있다.(실제로 cysteine proteinase로 작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다른 포유동물의 성장호르몬 조차 binding specificity가 틀려 인간의 성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특이한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단백질이 종간격을 뛰어넘어 성장 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는 흥미로운 일이지만, 기생충의 입장에서 보자면 많은 잇점을 가져다준다. 보통 정상적인 성장 호르몬은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도 수행한다. 촌충에서 생산되는 PGF는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은 수행하지만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binding site는 없기 때문에, 몸 안에 PGF의 농도가 높을 경우 뇌하수체는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있다고 착각하고 본래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줄인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숙주의 면역체계가 저하되기 때문에 기생충이 활동하기 훨씬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PGF의 cysteine proteinase function은 collagen을 분해하는 역할을 해 숙주의 근육이나 장벽을 파고들기 훨씬 쉽게 해준다. 하나의 단백질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사진(1)에서 처럼 뇌하수체가 제거된 쥐에 PGF를 투여한 결과 성장이 눈에 띄게 차이나는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의 성장호르몬과는 매우 다른 이런 성질들이 의학적으로나 생화학적으로나 활용될 여지가 많은것 같은데 아직 PGF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것 같다. 1974년에 처음 발견된 이래로 잠깐 반짝하다 만듯. 인간 성장호르몬이 인슐린에 대한 sensitivity를 줄이기 때문에 고용량으로 투여될 경우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현재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것 같지는 않다(3)), PGF의 경우 diabetogenic이 아니기 때문에(2) 더 높은 활용도를 지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인간 성장 호르몬과 PGF의 protein structural comparative study를 통해 binding site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PGF는 hGH(human growth hormone)의 짝퉁이기 때문에 hGH를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PGF를 더 먹는다고 키가 크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hGH의 생산이 저하되니 역효과.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다거나 hGH receptor에 문제가 있다거나 하면 몰라도. 그리고 이제 와서 기생충 집어먹는다고 키 안커요. 예 안큽니다. 그러니까 누누히 강조하지만 아무거나 주워먹지 마세요.
++)또 이런거 읽고 '기생충 먹이면 키가 큰다더라'고 오독하고 애들한테 이상한거 날로 먹이는 극성 엄마들이 있을까봐 진심으로 걱정된다. 아무리 성장호르몬 주사가 비싸다지만 기생충을 먹이는것 보다는 낫죠.

관련 읽을거리
1. Mueller JF. "The biology of Spirometra." J Parasitol. 1974 Feb;60(1):3-14.
2. Salem MA et al, "The growth factor from plerocercoid larvae of the tapeworm, Spirometra mansonoides, stimulates growth but is not diabetogenic." Proc Soc Exp Biol Med. 1989 Jun;191(2):187-92.
3. "Critical evaluation of the safety of recombinant human growth hormone administration: statement from the Growth Hormone Research Society." J Clin Endocrinol Metab. 2001 May;86(5):1868-70.
4. Phares CK. "Plerocercoid growth factor: a Homologue of human growth hormone" Parasitol Today. 1987 Nov;3(11):346-9
by byontae | 2008/08/15 08:35 | Parasite Rex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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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arlie at 2008/08/15 09:01
게다가 성장호르몬 주사는 예전에 뇌를 갈아서(...) 만들때에 비하면 껌값..
싸고 안전한 성장호르몬 만세! (..야)
Commented by 레이븐 at 2008/08/15 10:22
charlie//뭐...뭣, 잠깐; 뇌를 갈아만들었다구요?!!!
Commented by Charlie at 2008/08/15 13:37
주사 한방에 들어가는(들어가던) 뇌가...... 몇개일까요오~ :)
물론 안전성 검사는... 그거 먹는건가요? ;;
Commented by guss at 2008/08/15 18:58
fresh squeezed hGH ;;
Commented by byontae at 2008/08/15 10:26
지금이야 synthesis 방법이 많이 발전해서 recombinant hGH가 비교적 저가로 다량 생산되지만, DNA recombination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시체의 뇌하수체를 짜내서 만들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절.
Commented by Frey at 2008/08/15 11:14
예전에는 성장호르몬 주사 맞다가 더 심한 병에 걸린 케이스도 많았죠 (...) 에이즈도 있었다던가. 요즘은 그런 건 안심.
Commented by →lucipel at 2008/08/15 12:22
으..으에=_=;; 저도 키가 참 작지만 그렇다고 기생충은 먹고 싶지 않군요ㅠ_ㅠ
Commented by 마에노 at 2008/08/15 13:28
비슷한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내장의 염증을 제거한다고 무슨 박테리아를 오렌지 주스와 함께 마시더군요.
Commented by yu_k at 2008/08/15 16:24
흥미로운 전략을 쓰는 기생충이로군요. 랄까 제대로 안 읽은 사람은 정말 '그럼 기생충 먹으면 되겠다'고 해버리기 딱 좋은 내용인데요, 이거....=_=
Commented by muse at 2008/08/15 17:05
변태님 그물에 싱싱한 월척들이 가득 걸리기를 기대하며...(하면 안되는데?!)
Commented by byontae at 2008/08/16 00:05
Charlie님//옛날에 비하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지요 :D
+)게다가 당시 생산되던건 개인적으로 '주문생산' 하던 방식이니 quality & safety control 같은건 애저녁에 찜쪄먹었겠죠.

Frey님//결정적으로 vCJD도 있었죠. 뭐 요즘 나오는 recombinant hGH도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고 있긴 합니다만, 옛날에 그야말로 fresh하게 생산되던것에 비하면.

→lucipel님//저도 키가 2cm만 컷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래도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더욱이 먹어봐야 효과도 없는걸(...)

마에노님//Crohn's disease에 Trichuris suis을 처방하는걸 말씀하시는건가요.
한때 연구가 많이 진행되더니 요즘은 또 조용하네요.

yu_k님//언제나 그렇듯이 제 포스팅은 왕왕 본문보다는 +)가 더 중요합니다.(...........)

muse님//이미 많은 분들이 낚이신듯(..)
Commented by phice at 2008/08/17 00:05
넵. 가서 기생충 먹어보겠습니다 (어이)
Commented by sunwu at 2008/08/18 14:18
십이지장충 기운이 솟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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